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잘 나가는 남자지만 아빠로서는 잘 나간다고 할 수 없는 ‘료타’의 좌충우돌 아빠 되기 이야기입니다. 영화 줄거리는 ‘자식이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인데 부모교육전문가로서 제 눈에는 료타와 아들, 그리고 사회적으로 볼 때는 그저 그런 남자지만 아이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아는 ‘잘 나가는 아빠 유다이’가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롤 모델을 본 적 없는 료타는 어수룩한 남자지만 성공적인 아빠, 유다이에게 이런 말을 듣습니다. “애들한테는 시간이에요” 료타가 대답합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어서요.” 유다이가 다시 말합니다.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이 못하는 거죠.” 회사의 잘 나가는 부장님도 료타의 “부장님도 가속 페달만 밟아 오지 않았”느냐는 말에 이렇게 말합니다. “시대가 달라 시대가. 가족 옆에 있어 줘.”



나머지 영화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만 이제 아빠 이야기로 돌아가야 하기에 줄입니다. 그리고 남자와 남편,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도대체 아이들한테 아버지와의 시간은 어떤 걸까요? 시대는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요? 이 시대가 원하는 아빠를 얘기하다보면 이 시대 가정에서의 ‘남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됩니다. 남편과 아내가 아이에게는 ‘부모’가 되고 아빠란 존재는 엄마에 의해 조명되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일찍이 부부행복과 아내 사랑,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버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아빠 육아가 너무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남자에서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된 것이 자연스러운 듯하지만 ‘아빠 역할’에서는 주춤거리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자에서 남편, 아빠로의 환골탈태

남자에서 남편, 아빠로의 변신은 그야말로 환골탈태입니다. 거듭나야 하고 다시 나야 합니다. 이 성공적인 변신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의 튼튼한 기초입니다. 다 알다시피 부부 행복이 아이 행복이라면 좋은 아빠 되기는 ‘좋은 남편 되기’의 연장선이니까요.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잘 키운다는 의미를 넘어 아빠로서의 자긍심을 찾는 일이고 인생의 기쁨을 맛보는 일입니다.

아이을 잘 키운다는 것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능동적인 구성을 해나가도록 ‘보고 배울 것이 있는’ 물리적, 인적 한경을 구성해주는지요. 피아제의 이론대로 아이는 수동적으로 지식을 구성해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 지식을 구성해 갑니다. 어찌 인지적인 것뿐일까요. 정서, 인성, 사회성 모든 면에서 그러합니다. 좋은 아빠는 가정이라는 환경을 아이가 살기 좋도록 구성해줍니다. 여기에 아내 사랑과 부부행복이라는 제 1조건이 필요합니다.



남편 특명 1. 아내를 사랑하라

아이를 잘 키우려면 아이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엄마(아내)를 사랑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뿐인가요. 아내는 집안의 분위기도 좌우합니다. 그러니 아내야말로 아이 키우는 인적, 물적 자원의 보고입니다. 아내가 충만한 사랑과 기쁨으로 빛나야 아이도 환하게 빛납니다.



아빠 특명 2. 권위를 지켜라

권위와 권위주의가 혼돈되어 마치 친구 같은 아빠가 아니면 좋은 아빠가 아닌 듯 여깁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아빠는 아빠이지 친구는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이 세상 가장 훌륭한 멘토인 ‘아빠’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이끌고, 지키고, 품어주고, 도전과 용기를 북돋는 분이지요. 그러려면 아빠 스스로 품격 있는 어른이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권위라 생각합니다. 아빠의 권위는 ‘나 정체성’을 갖춘 튼튼한 자아를 갖춘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빠 스스로 먼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괜찮은 아빠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바닥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아도 괜찮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은 아빠가 될 튼튼한 기초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잖으면 무늬만 좋은 아빠로 바닥을 바로 드러내겠지요.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아빠 역할을 할 준비 말입니다.

아빠 되기, 아빠 역할하기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서두에 꺼낸 이유도 바로 ‘아이들에게는 시간’이라는 말과 ‘아버지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동감 때문이었습니다.

아빠 육아 효과는 너무도 많은 연구결과가 알려진 터라 굳이 조목조목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몇 마디로 정리는 해야겠습니다. “성적이 오르고 사회성 및 학교생활이 원만하다” 아빠 육아를 지나치게 신체적 활동과 놀이로만 집중해서 정적인 성향의 아빠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었다면 ‘아빠 독서 효과’라는 기막힌 아빠 역할을 추천 드립니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은 새삼 거론이 필요 없을 정도지요. 그런데 아빠가 읽어주는 ‘책 읽어주기 효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 따르면 아빠가 책 읽어주는 효과가 인지 발달과 어휘력, 집중력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가장 눈여겨볼 만한 효과는 아이와 아빠와의 정서적인 유대감 및 교감입니다. 이는 이후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될 것입니다. 이뿐인가요. 아빠가 아이에게 큰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더 큰 효과가 있으며 영국 국립독서재단 연구결과에 의하면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는 아빠는 직장에서의 업무 습득력, 자신감, 자존감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이와 유대관계도 더 끈끈한 것은 물론입니다. 결국 아이에게 좋고 아빠에게도 좋은 것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놀이든 독서든 모두를 포함해서지요.



제대로 시간 보내기 - 놀아주기

아빠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임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볼까 합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듯 이왕 놀아주고 함께하려면 제대로 하는 게 효과가 높으니까요.

아이들과 주말이면 가족이 브런치를 먹으러 오거나 아빠와 아이 둘이 오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그런데 몇 분 지나 보면 아빠도 스마트폰, 아이는 태블릿 PC 등으로 동영상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로묵’이라고 아시지요. 이런 경우 아빠와 함께한 시간이 도로묵이 됩니다. 디지털 기기는 아이 손에 들어가면 아이 뇌 망치고 자극 추구형 뇌. 팝콘 브레인으로 만든다는 것 너무도 잘 아실 거예요. 머잖아 아이 손에서 디지털 기기 뺏느라, 게임 막느라 부자관계도 뒤틀립니다. 아이랑 그냥 맛있게 브런치 즐기고 심심하다고 느끼면 아이 손잡고 산책하세요. 학습 영상이니 괜찮겠지.... 절대 아닙니다.



‘베드타임 독서’도 강추합니다. 아이와 포근한 잠자리에서 껴안듯 안고 읽어주는 책. 최고의 사랑이며 선물입니다. 해리포터의 신화는 결국 영국인 거의 모두 실천하는 ‘베드타임 스토리’에서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에필로그 - 부부 행복 아이 행복

아빠 육아 효과의 최고 정점은 역시 ‘부부 행복’입니다. 아이에게 올인하는 것만이 아빠의 역할이 아닙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웃음이 넘치게 한다면 그 안에서 아이는 잘 자랍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빠는 큰 산 같은 분입니다. 엄마의 역할을 흉내 내는 아빠의 역할이 아니라 아빠만의 역할을 찾아야 합니다. 엄마가 오늘, 매일의 일상에서 아이의 소소한 것까지 챙긴다면 아빠는 아이의 내일도 볼 수 있는 분입니다. 엄마의 감수성과 아빠의 공간지간능력. 체계화형 뇌의 기능을 잘 살려 균형감 있는 육아를 할 수 있지요. 아이에게 아빠는 평생 멘토입니다.’



아이 잘 키우고 싶은 이 땅의 모든 아빠들께 아이들과 ‘Have Fun'하기를.. 그리고 엄마아빠가 먼저 아주 많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